일상의 여백

경성스캔들

어화_ 2007. 12. 2. 13:11

1930년대. 나라를 빼앗기고 ‘우리’를 생각하는 자유조차 통제된 시대. 그리고 경성.

하지만 그 시대에도 사람들은 살아갔다. 평범한 일상이 비장한 시대 속에서 결코 평범할 수만은 없었던 그들의 일상들. 그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의 평범하지만 치열했던 삶, 그리고 사랑이 있다.

시대가 만들어놓은 개인적 상처를 시대를 통해 넘어야만 하는 '그럼에도 살아가고' '그럼에도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의 삶이 숨쉬는 그렇게 '경성'은그 시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그렇게 '경성'은 평범하기만 했던 청춘에 시대적 대의를 드리워 놓으면서 다시 그들을 비범하게 바꿔 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형을 잃고, 아버지를 잃고, 사랑을 잃고, 신념을 잃은 그들의 개인적인 상처는 곧 시대가 만들어 놓은 상처이기도 하다. 이들은 결국 시대를 넘어서면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려고 하고, 자유롭고자 한다.

산뜻하고 발랄하게 '러브스토리'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그 과정 속에서 개인과 시대의 아픔을 녹여내며 평범한 젊은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결국 이 드라마가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그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의 모습이 아니라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시대극의 틀에서'가벼운' 일상을 그려냄으로써 일반적인 시대극의 범주를 벗어났고, 시대극이 지녀야 하는 치열한 ‘시대정신’을 지켜냄으로써 새로운 시대극을 만들어냈다.

"그대의 연인은 독립투사. 나의 그대는 변절자. 청춘은 언제나 봄. 조국은 아직도 겨울. 아! 해방된 조국에서 신나게 연애나 해봤으면!" 이라고 읊조리던 기생 차송주의말이 떠오른다. 2007년 12월 ‘해방’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어쩌면 시덥잖은 이 드라마 대사가 무겁게 짐처럼 느껴진다.난 내가 숨쉬고 있는 이 시대가 너무나 두렵고 막막하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 만사가 춘몽중에 또 다시 꿈같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