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일 동안 비어있던 내 빈 방에 짐을 옮겨왔다.
내 방이라고 하기엔 이제는 낯선, 또 다른 방에 3년 이상 방치되었던 침대와 책상, 손때묻은 책과 책장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흔적들도.
나름 스스로 짐을 만들며 살지 않겠다고, 자주 버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삿짐 속엔 매번 버리지 못하고 '보류'해놨던 편지와 일기가 한가득.
대부분 술을 취해 쓴 듯한 '그 때' 일기는 여전히 아프기만 하고.
이제는 '20년지기', '15년지기'가 되어버린 동무들의 편지엔 너무도 비장한(?) 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우정' , '약속', '사랑', '꿈' 이라는 단어들이 빼곡하다.
그 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서로 기대있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적어도 내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내 버팀목들은 다른 모습, 다른 색을 가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있구나.
함께 기억하고 있다는 것.
기억이 시간으로 포장이 되고 다른 빛을 내더라도
우리였던 우리들은 달라지지 않아.
이제는 그 기억들을 더 이상 틀 안에 담아놓지 않을래.
아득하게 '무엇'이었던, 지금은 '이것'인 채로도 '그것'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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